1. 양머릿고깃국 - 원산지: 국내산
서기 179년 8월. 오월의 한구석에 위치한 섬 도시 대에서 양이 한 마리 나타났다. 인류 역사상 개XX 다음으로 가장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한 가축이자 반려동물이 어째서 큰 대륙이 아닌 섬에 나타났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양은 대에서 큰 뜻을 품고 그곳에서 자신의 무리를 만들기 시작했고 스스로 우두머리를 자칭하며 이름은 양대가리라 하였다.
양대가리: "메에에~"
같은 시기 남중 구석의 운남이라는 곳에서는 Defender(이하 디펜더)라고 불리는 저돌적인 성격과 다부진 모습으로 유명한 장수가 나타났다. 중원보다는 오히려 이웃 지방인 루스 슬라브족의 무언가를 생각나게 하는 강철 같은 몸집으로 중원의 우민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는 들이받는 게 취미라는 양이 마음에 들어 자신 또한 적들을 들이받기 위해 양대가리에 임관한다.
디펜더: "부릉부릉"
역시나 같은 시기, 서북의 보다 발달한 도시인 안정에 북오더라는 고수가 있었다. 해탈한 마음가짐으로 이미 대륙 전체에 벌어지는 정세를 훤히 꿰뚫고는 한량으로 지내던 그가 천방지축인 어린 양을 어여삐 여겨 이 양을 어진 군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적로를 타고 중원을 가로질러 먼 길을 내려와 양대가리에 임관한다. 어쩌면 오랜만에 불타오르던 시절을 꼬마 양의 눈에서 본 것일지도 모른다.
북오더: "양전콘 주세요."
같은 시기에 네 번째로 양대가리에 합류한 장수가 있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이 반복해서 굴러가는 톱니바퀴에 불과했다 생각했던 것인지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서 양대가리에 임관하였다. 하지만, 어찌 된 영문인지 그의 역사는 오늘날까지 일부분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저 이름과 존안이 개국공신 명단에 올라있을 뿐이었다. 후술할 내용이지만 구경하는달팽으로 환생 하여 국운을 지켜보았다는 소문만이 들린다.
마요이: "이 몸 등장!"
북오더가 살던 안정의 이웃한 도시인 천수에는 둥근해가떡썹니다라는 떡집 가맹점을 운영하는 장사가 거처했다. 그의 이웃이자 단골인 북오더가 어느날 갑자기 하산했더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떡집 운영은 가족들에게 맡겨두고서 떡이 아닌 다른 것을 썰 때가 왔다며 북오더의 행적을 쫓았다. 처음에는 양을 썰어 고기를 만들려는 줄 알아 당황했으나 양을 지키기 위한 칼이란 것을 알고서 그의 양대가리로의 임관을 환영했다고 한다. 물론 정말로 양고기도 썰었는지도 모른다.
둥근해가떡썹니다: "나는 적을 썰 테니 너는 열전을 쓰세요."
서촉의 강주에는 붕붕 드링크라는 서역의 약재로 만들어진 환약에 취해 살던 붕붕이라는 장수가 있었다. 매번 그의 입으로 '붕붕붕~♬' 이라는 소리를 내는 주사로도 유명했는데 사실 이는 모두 그의 터전이던 전쟁터를 잃은 것에 대한 향수병이었다. 그러던 그였기에 전장의 진동이 느껴지는 그 순간만큼은 그의 정신을 차리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를 위한 무대가 생겨난 만큼 그는 얼른 치켜세울 깃발을 찾았고 과실주 한 잔의 유혹에 양대가리로 임관한다.
붕붕: "붕붕붕~♬"
양대가리와 동향인 장수도 개국공신으로 참여했다. 그는 자기 애마인 적란마를 돌보며 살던 인간 맹수 개미호랑이다. 개미와 같은 결집력과 호랑이의 기운이 쑥쑥 나는 전쟁을 위해 태어난 강자였다. 그의 최소한의 관대인 경고 소리를 듣지 못한 적은 일순간에 자신이 무엇에 당했는지도 모른 체 맥없이 생을 마감할 뿐이었다. 그런 최강의 장수가 자신의 고향을 시작으로 나라가 생겨난다고 하니 기쁘게 양대가리에 임관하여 용맹함을 보였다.
개미호랑이: "ㄴ"
양대가리: "아님메?"
개미호랑이: "ㄴ"
양대가리: "메에..."
개미호랑이: "ㄴ"
양대가리와 멀지 않은 회계에 있던 장수도 있었다. 그는 타인과의 설전에서 지는 일이 없기로 유명해서 그의 논리 앞에 좌절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양대가리 또한 그의 화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는데 막상 그는 그렇게 양대가리를 괴롭히는 재미가 좋았던지 혼란 속의 중원에서의 행방 또한 양대가리를 뒤따랐다. 그의 이름은 이쓰미. '그게 나다'라는 뜻의 서역 말로 된 이름이었다.
이쓰미: "님 그거암?"
양대가리: "메?"
이쓰미: "실망."
양대가리: "메에..."
'땅. 땅. 땅. ' 남중의 건녕에 자리 잡은 어느 깊숙하고 어두운 집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한올 한올 헤져가는 얇은 천 조각을 묵직한 나무 기둥 두 개가 타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소리는 아낙네가 빨랫감을 다듬이질하는 소리가 아니라 죄인을 심판하는 무게감 있는 소리에 가까웠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서움을 느끼는 주민들은 그를 땅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땅땅이는 심판할 자들을 만나기 위해 양대가리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첫 번째 의문을 품었다.
땅땅이: "어째서 랜임템이 없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양대가리에 임관한 장수도 있었다. 그 또한 양대가리와 같은 대 출신으로 화종마를 타고 임관했다. 아무 말도 아무 불만도 없이 묵묵히 자기 일만 하던 올곧은 성품을 지닌 그는 이 이야기가 끝나는 그때까지 정말로 아무 말 없이 개국공신으로 끝까지 함께하였다. 그의 이름이 두나이며 오리입을 하고 있었다는 것 말고는 누구도 그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그의 중얼거림만 들렸을 뿐.
두나: "두나두나에 두나두나두나에"
이쓰미: "히익 주작"
양대가리: "메?"
북오더: "선동날조파괴..."
양대가리: "메??"
이쓰미: "사관 조작 징역인데"
양대가리: "메에..."
이렇게 한 나라의 건국을 위한 최초의 개국공신 10인이 모였으며 오월 한구석의 섬에 불과했던 도시 대는 한 나라의 거점으로 탈바꿈하면서 그 찬란한 별 하나가 그려진 황금기가 처음으로 세워진 도시가 되었다. 이는 서기 179년 10월. 양머릿고깃국의 역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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